히브리서 7장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제사장직에 대한 신학적 핵심을 다루는 동시에, 구약과 신약을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를 제시합니다. 멜기세덱이라는 인물은 단순한 성경 속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믿음과 태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과 신분을 예표 합니다. 본 글에서는 아브라함이 멜기세덱을 만난 후 보인 신앙의 변화, 예수님을 만난 후 삶이 뒤바뀐 사도 바울의 태도, 그리고 우리를 위한 화목제물이 되신 예수님의 은혜를 연결 지어 살펴봅니다.
멜기세덱을 만난 아브라함의 변화
아브라함은 창세기 14장에서 멜기세덱과의 만남을 통해 단순한 전쟁의 승리자에서 믿음의 조상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경험을 합니다. 당시 아브라함은 조카 롯을 구하기 위해 연합 왕들과 전쟁을 벌이고 승리합니다. 그러나 전리품을 취하거나 세상의 권세를 탐하지 않고, 오히려 살렘 왕 멜기세덱에게 십일조를 드리고 경외심으로 반응합니다. 이는 아브라함이 인간적인 승리를 신적인 질서 속에서 해석하기 시작했다는 분명한 신앙의 변화입니다. 멜기세덱은 ‘의의 왕’이자 ‘평강의 왕’으로서, 하나님의 제사장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아브라함에게 떡과 포도주를 내어주며 축복하고, 아브라함은 이에 응답하듯 십일조를 바칩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신앙의 원리를 보게 됩니다. 바로 하나님의 사람을 만났을 때 생기는 내적 반응과 외적 순종입니다. 아브라함은 자신이 받은 축복이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인정했고, 멜기세덱이라는 초월적 제사장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게 됩니다. 아브라함은 이후 하나님의 언약을 더욱 굳건히 붙들며, 자신의 삶 전체를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해석하고 순종하는 길로 나아갑니다. 멜기세덱과의 만남은 단순한 인물과의 접촉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와 평강이 그의 삶에 실질적으로 임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이 만남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우리는 일상의 승리와 성취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보며, 경외심과 헌신으로 반응하고 있는가?
예수님을 만난 후 변화된 바울의 신앙 태도
사도 바울은 예수님을 믿기 전, 율법에 철저히 헌신한 바리새인 중의 바리새인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여긴 신념에 따라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했고, 심지어는 스데반의 순교에도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사건은 그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았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는 예수님의 음성은 바울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고, 그는 그날 이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후 바울은 더 이상 율법과 행위로 하나님 앞에 의롭다 함을 얻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십자가의 복음을 자랑하며, 그 복음을 전하는 자로서 자신의 삶을 헌신했습니다.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자랑할 것이 없노라”는 고백은, 예수님을 대면한 후 그의 신앙적 태도가 얼마나 근본적으로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표현입니다. 바울은 예수님 안에서 참된 제사장을 발견했습니다. 율법의 제사장은 죄가 있는 사람이 죄 없는 제물을 드렸지만, 예수님은 죄 없으신 분이 스스로를 제물로 드리셨습니다. 바울은 히브리서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그는 단번에 자신을 드려 영원한 속죄를 이루셨다.” 이러한 믿음은 바울이 박해받고 고난당하는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삶 전체가 예수님을 만난 후 십자가를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