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션 오브 더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12시간을 극적으로 재현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철저한 사실성을 추구한 연출 방식이며, 특히 언어 선택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멜 깁슨 감독은 영어 대신 고대 언어인 라틴어, 아람어, 히브리어를 사용하여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고, 역사적, 종교적 상징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 영화 속 언어들의 의미와 그 상징적 목적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라틴어의 사용과 로마 제국의 상징
'패션 오브 더 크라이스트'에서 라틴어는 로마 병사들과 빌라도 총독 등 로마인들의 공식 언어로 등장합니다. 고대 로마 제국의 공용어였던 라틴어는 당시 유대 지방을 지배하던 제국의 권위와 통치력을 상징했습니다. 영화 속 라틴어 사용 인물들은 대부분 권력의 화신으로, 예수의 재판과 처형을 주도한 인물들입니다.
멜 깁슨 감독은 현대 언어를 배제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보다 생생하고 원초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자 했습니다. 라틴어는 일반 관객들에게 생소하기 때문에 자막 없이는 대사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러한 불편함은 오히려 당시 로마의 위압적이고 낯선 권위를 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냅니다.
빌라도의 말투와 병사들의 명령은 냉혹하고 기계적인 이미지로 표현되며, 이는 로마 제국이 단순한 제도적 권력을 넘어 비인간적인 억압의 상징임을 드러냅니다. 또한 라틴어는 중세 라틴 전례와 연결되어 기독교 전통의 깊이를 암시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