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The Gospel According to St. Matthew는 기독교 영화 역사에서 가장 독보적인 작품 중 하나입니다. 감독은 이탈리아의 시인 겸 영화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로, 무신론자이자 마르크스주의자로 알려졌던 그가 순수하게 성경 본문만으로 예수의 생애를 영화화했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 영화의 형식적 특징과 신학적 메시지, 그리고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감동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형식의 독창성: 복음을 있는 그대로 옮긴 영화
The Gospel According to St. Matthew는 영화적 실험이자 신학적 도전입니다. 파솔리니는 이 영화를 통해 한 편의 ‘해설 없는 복음서’를 스크린 위에 옮깁니다. 영화는 어떤 창작적 대사나 서술도 없이, 마태복음의 본문을 그대로 읽으며 장면을 구성합니다. 이로 인해 이 작품은 복음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에 충실합니다. 감독은 배우를 전원 비전문 배우로 캐스팅했으며, 예수 역을 맡은 엔리케 이라소키는 스페인 출신의 대학생이었습니다. 예수는 영화 내내 강한 카리스마와 진지한 눈빛으로 등장하지만, 전통적 할리우드 영화에서의 ‘온유한 예수’ 이미지와는 전혀 다릅니다. 파솔리니의 예수는 급진적이며 선명하고, 불의에 대해 분노할 줄 아는 혁명가적 면모를 보여줍니다. 또한 흑백 영상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이탈리아 남부의 황량한 지역을 배경으로, 1세기 유대 땅의 사회적 배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했습니다. 배경음악은 바흐, 모차르트, 아프리카 민속음악까지 다양하게 사용되어 종교적 경건함과 민중의 현실을 동시에 반영합니다. 이러한 형식은 단순히 영화적 실험에 그치지 않고, 복음서의 날것 그대로의 힘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도구가 됩니다. 그 어떤 해설도 없이 전해지는 예수의 말씀은, 오히려 더욱 강력하게 심령을 파고듭니다. 신학생이라면 이 영화를 통해 ‘말씀 자체의 힘’이 무엇인지 체험할 수 있습니다.
신학적 메시지: 급진성과 순수함의 공존
파솔리니의 영화는 복음의 ‘급진성’을 정면으로 드러냅니다. 당시의 종교 영화들이 대개 온건한 메시지와 교회 중심의 시각을 담았다면, The Gospel According to St. Matthew는 가난한 자, 소외된 자, 권력에 저항하는 예수의 모습을 부각합니다. 산상수훈, 성전 정화 사건, 바리새인들과의 논쟁 장면은 모두 절제 없는 사실성과 감정으로 표현되며, 예수의 메시지가 단지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 전체를 위한 ‘변혁의 외침’임을 드러냅니다. 특히 예수의 가르침은 당시 정치·사회 체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다가옵니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산상수훈은 종교적인 선언이 아니라, 새로운 공동체 질서를 위한 선언처럼 들립니다. 예수가 기득권층인 바리새인을 향해 진노하고, 성전을 상업화한 자들을 쫓아내는 장면은 복음서 본문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사회 정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정치선전 영화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성경 본문에 대한 절대적 충실성’ 때문입니다. 감독은 그 어떤 주석도 붙이지 않고, 오직 말씀만으로 예수의 삶을 조명합니다. 이 점에서 파솔리니의 작품은 신학적으로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는 신자도 아니었고, 교회 제도에 속한 인물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의 영화는 교회 안에서조차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던 ‘말씀의 힘’과 ‘예수의 급진성’을 가장 정직하게 다룬 작품으로 남습니다. 이 영화는 신학생들에게도, 목회자에게도 복음의 본질에 대해 묵상하게 만드는 도전을 줍니다.